그랜드캐년, 동쪽 게이트에서 사우스 림까지

Monument Valley를 뒤로하고 163번 도로를 타고 서쪽으로 달렸다. 

오늘은 인디언 마을을 지나 그랜드캐년 동쪽 게이트로 들어가, 다음 날 아침엔 사우스 림을 둘러보는 일정이었다.

압도적인 그랜드 캐년 풍경


인디언 마을 Kayenta

가는 길에 인디언 보호구역 마을인 Kayenta에 들러 점심을 먹었다. 

몇십 가구 정도로 작은 마을인데, 도로 옆에 맥도날드와 버거킹이 나란히 서 있었다. 

버거킹에 들어가 보니 종업원이 모두 원주민이었는데, 다들 피곤이 짙게 밴 얼굴이었다. 

주변에 다른 식당이 마땅치 않아서인지 이곳을 지나는 손님들로 꽤 붐볐다. 

햄버거와 핫도그, 치킨 프라이를 시켜 배를 채웠는데 전체적으로 간이 좀 짰다. 

원래 이 마을에서 하룻밤 묵을까 했지만 빈방도 없고 방값도 다른 곳보다 훨씬 비싸서 그냥 지나치기로 했다.


Desert View, 그랜드캐년 동쪽 게이트

Kayenta에서 다시 3시간 남짓을 달려 Desert View 방향 게이트를 통과했다. 

주말이라 그런지 차들이 길게 줄지어 있었다. 

그랜드 캐년의 입장 안내


미리 한국에서 사 온 Annual Pass와 여권을 보여주니, 레인저가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고 먼저 사과를 건넸다. 

미국 국립공원은 한 곳씩 입장료를 내면 부담이 꽤 크기 때문에, 1년에 3곳 이상 방문할 계획이라면 모든 국립공원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Annual Pass를 사는 게 훨씬 이득이다.

그랜드 캐년의 표지판


그랜드캐년(Grand Canyon National Park)은 영국 BBC가 선정한 "죽기 전에 가봐야 할 50곳" 중 1위에 오른 곳이라고 한다. 

콜로라도강이 오랜 세월 대지를 깎아내며 만들어낸 협곡의 길이는 무려 446km, 경부고속도로보다도 길다. 

그랜드 캐년의 다양한 광경


폭은 좁은 곳이 몇 km, 넓은 곳은 수십 km에 이르고 강바닥에서 대지까지의 높이 차는 설악산 높이와 맞먹는다고 하니, 왜 굳이 "그랜드" 캐년이라 불리는지 실감이 갔다.

Desert View 주차장은 인파로 가득했다. 

그랜드 캐년의 압도적인 풍경


겨우 차를 대고 전망 포인트에 서니 협곡의 웅장함이 그대로 전해졌다. 

협곡 사이로 난 작은 트레킹 길을 노새를 타고 내려가는 사람들도 보였는데, 제대로 맛보려면 며칠은 텐트를 치고 트레킹을 해봐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망루에 올라 한 번 더 풍경을 눈에 담고, 오늘의 숙소인 Yavapai Lodge로 향했다.


Yavapai Lodge에서의 밤

Yavapai Lodge는 사우스 림 안에서도 가장 규모가 크고 접근성이 좋은 숙소였다. 

마켓과 비지터 센터, 트레일 입구가 가까워 그랜드캐년 여행의 베이스캠프로 삼기에 딱이었다. 

Yavapai Lodge의 전경


객실은 소박했지만 깔끔했고 냉장고, TV 같은 기본 편의시설도 갖춰져 있었다.

너무 지쳐서 오후 5시쯤 체크인하자마자 잠깐 눈만 붙였다가 밤에 일어났다. 

Yavapai Lodge 내부 모습


숙소에서 가까운 야바파이 포인트와 마더 포인트까지 천천히 걸어가 별을 보기로 했다. 

비슷한 생각으로 나온 사람들이 꽤 있었다. 

Yavapai Lodge 주차장 및 숙소 전경


날씨는 좀 쌀쌀했지만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도시 불빛이 거의 없는 이곳의 밤하늘은 정말 별이 쏟아지는 듯한 장관이었다.

다음 날 일출을 보러 마더 포인트에 다시 가려고 했는데, 피로가 쌓였는지 눈을 떠보니 이미 해가 중천이었다. 

아쉬웠지만, 그동안 쌓인 피로를 한 번에 씻어낸 셈 치기로 했다.


사우스 림, 그리고 그랜드캐년 아이맥스

늦게 일어난 만큼 여유 있게 체크아웃하고 아침을 먹으러 나섰다. 

식당 바로 옆에서 커다란 사슴이 태연하게 풀을 뜯고 있어서 놀랐다. 

사람을 전혀 경계하지 않는 모습이 신기했다. 

지금까지 그랜드 서클을 다니며 본 식당 중 가장 규모가 컸는데, 자판기 식으로 메뉴를 고르는 방식이었다. 

스크램블 에그, 소시지, 머핀을 든든히 챙겨 먹으니 밤사이 쌓였던 피로가 한결 풀리는 느낌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협곡

다시 차로 1시간을 달려 사우스 림에 도착했다. 

그랜드캐년 국립공원 방문객의 약 90%가 찾는다는 이 구역은, 연중무휴 개방에 라스베가스·피닉스·플래그스태프 등 주요 도시에서 접근하기도 좋아 미국 서부 여행의 필수 코스로 꼽힌다고 한다. 

해발 2,134m라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눈 덮인 풍경도 볼 수 있다.

그랜드 캐년의 웅장한 풍경


비지터 센터 옆 산책로를 따라 Mather Point와 Yavapai Point를 차례로 둘러봤다. 

Yavapai Point 전망대에는 협곡이 형성된 과정이 상세히 설명돼 있었다. 

콜로라도강이 콜로라도 고원을 가로지르며 만든 이 협곡은 길이 447km, 너비 6~30km, 깊이 1,500m에 이른다. 

1919년 국립공원으로, 1979년엔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협곡 벽에는 시생대 이후 20억 년에 걸친 지층이 그대로 드러나 있어 "지질학 교과서"라는 별명도 있다고 한다. 

콜로라도 소나무를 비롯한 식물 1,500여 종, 조류 300여 종, 줄무늬다람쥐 등 포유류 90여 종이 서식한다니, 단순한 경관 이상의 학술적 가치도 있는 곳이었다.

그랜드 캐년의 먼 풍경


인상 깊었던 건 미국 국립공원의 관리 방식이었다. 

한국의 유명 탐방로에는 안전을 위한 계단이나 손잡이가 곳곳에 설치돼 있는 반면, 이곳은 전망대 근처에 철제 안전펜스조차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랜드 캐년 안내탑


자연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고, 방문객이 있는 그대로의 야생을 체험하도록 하는 게 원칙이라고 한다. 

안전은 철저히 "개인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셔틀버스로 몇몇 포인트를 더 둘러본 뒤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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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sayan에서 본 아이맥스

10분 정도 떨어진 Tusayan 마을에 들러 맥도날드에서 감자튀김을 사려 했는데, 아침 메뉴만 있어 새로 튀기려면 10분 넘게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포기했다. 

이 마을 맥도날드는 인근에 거주지가 마땅치 않아 직원 숙소까지 제공한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음식 가격이 다소 비싸도 양해해달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대신 이곳에서 그랜드캐년 아이맥스 영화를 봤다. 

큰 기대 없이 봤는데, 그랜드캐년이 미국 탐험대에 의해 발견된 과정 등을 알 수 있어 나름 흥미로웠다.

30분 남짓한 상영을 보고, 다음 목적지인 Williams를 향해 다시 출발했다.


그랜드 서클을 도는 동안 하루 일과는 대체로 비슷했다. 

6월이라 해가 일찍 뜨고 늦게 져서, 보통 6시 20분에 일어나 모텔 조식을 먹고 7시 30분쯤 출발했다.

가을이나 겨울이었다면 야간 운전이 훨씬 부담스러웠을 것 같다. 

아침엔 과일이나 김밥을 챙겨 달리며 먹었고, 점심은 패스트푸드로 간단히 해결했다. 

로드킬 위험 때문에 야간 운전은 최대한 피했고, 저녁 7시 30분 전에는 모텔에 들어가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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