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 첫날 밤, 그리고 그랜드 서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날
약 6일간의 그랜드 서클 렌터카 여행을 마치고, 다시 라스베이거스로 돌아왔다.
도착한 첫날 밤의 설렘부터, 여행을 마무리하며 렌터카를 반납하던 순간까지를 한데 묶어본다.
사막 위의 도시로 돌아오다
후버댐을 지나 약 1시간, 라스베이거스(Las Vegas)를 30분 남겨두고부터 차가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멀리 도시의 실루엣이 아지랑이 사이로 어렴풋이 보였다.
MGM Grand 호텔을 우측에 끼고 돌아 드디어 스트립에 들어섰다.
라스베이거스라는 이름은 스페인어로 "초원, 평원"을 뜻한다.
18세기 초 스페인인들에게는 접근하기 어려운 사막지대로 여겨졌지만, 오아시스가 발견되며 역사가 시작됐다.
19세기 후반엔 네바다에서 발견된 금·은·철을 좇아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이후 유니언 퍼시픽 철도의 급수지로 번성했다.
광산 붐이 사그라들고 대공황까지 겹치며 어려움을 겪던 와중, 네바다 주정부는 안정적인 세수 확보를 위해 1931년 도박을 합법화했다.
비슷한 시기 후버댐 건설 사업으로 전국에서 인부들이 몰려들었고, 1946년 벤자민 시걸(영화 '벅시'의 실제 인물)이 스트립에 플라밍고 호텔을 열며 마피아 자본까지 유입되기 시작했다.
1960년대 후반 정부의 단속으로 마피아가 손을 떼면서 지금의 건전한 관광도시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이혼 절차가 간단해 '이혼 도시'라는 별명도 있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
서울 절반 정도 크기에 인구 60만, 다만 클락 카운티 광역권을 포함하면 인구 200만에 면적은 서울의 30배가 넘는다고 하니 체감보다 훨씬 큰 도시였다.
콜로라도강과 후버댐이 만든 미드호수가 가까이 있고, 해발 600m 분지를 2,000m급 산들이 둘러싼 지형 덕에 사막 기후임에도 겨울엔 눈도 볼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묵을 Horseshoe Las Vegas Hotel & Casino에 도착해 체크인을 마쳤다.
배정받은 방은 20층, 창밖으로 하이 롤러 대관람차가 바로 보이는 전망이었다.
넓고 깔끔한 객실에 마음이 놓였다.
이 호텔은 1973년 MGM Grand로 처음 문을 열었는데, 당시 2,084개 객실로 세계 최대 호텔이었고 1989년 미라지가 등장하기 전까지 25년 가까이 그 타이틀을 지켰다고 한다.
다만 1980년 큰 화재로 85명이 목숨을 잃은 아픈 역사도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이후 1985년 매각되며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고, 스트립 정중앙이라는 위치와 바로 옆 파리스 호텔과의 내부 연결 통로 덕에 동선이 무척 편리했다.
짐을 대충 정리하고 나가 향한 곳은 한식당 진생이었다.
호텔에서 걸어 10분 거리, 된장찌개와 김치찌개로 오랜만에 한식으로 속을 달랬다.
한국에서 먹던 맛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타지에서의 허기와 향수를 채우기엔 충분했다.
저녁을 먹고 나오니 스트립의 야경이 화려하게 밝혀져 있었다.
식당 옆 코카콜라 스토어에 들러 전 세계 약 24가지 콜라 맛을 시음해보고, 옆 M&M 매장에서 초콜릿으로 만든 온갖 기념품들을 구경했다.
돌아오는 길에는 벨라지오 호텔 앞에서 분수 쇼를 다시 만났다.
6일간의 그랜드 서클 일정 끝에 보는 분수 쇼는 유독 반가웠고, 동시에 쌓인 피로도 함께 몰려왔다.
Death Valley를 포기하다
원래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곳은 Death Valley였다.
하지만 전날 컨디션이 영 좋지 않았고, 무리한 일정과 살인적인 더위, 그리고 무엇보다 아내의 만류에 결국 포기하기로 했다.
지금 생각해도 못내 아쉬움이 남는다.
언제 다시 미국에 갈 기회가 생길지 알 수 없으니, "그때 조금만 무리해서라도 다녀올걸" 하는 후회가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다.
그래도 아내 말을 들은 게 결과적으로는 다행이었다고 스스로를 다독여본다.
대신 오전엔 푹 쉬고, 늦은 아침 겸 점심을 먹은 뒤 렌터카로 Las Vegas North Premium Outlet에 다녀왔다.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열기에 숨이 턱턱 막힐 정도였는데, 중국 단체 관광객들을 태운 버스가 줄줄이 도착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면세점보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말에 몇 가지 선물만 급히 챙기고 다시 차로 돌아왔다.
렌터카를 반납하며
이제 렌터카를 반납할 시간이었다.
사막 위에 세워진 도시답게 도로가 바둑판처럼 반듯해서 길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외곽을 지나며 본 주택들은 구조는 비슷비슷해도 이국적인 느낌이 있었다.
오후 4시쯤 렌터카 회사에 도착해 기름을 가득 채우고 반납했는데, 직원이 5분 정도 이리저리 점검하더니 곧바로 완료 사인을 해줬다.
그랜드 서클을 돌며 3,000km 넘게 달렸는데 별문제 없이 마무리돼 다행이었다. 에어컨도 끝까지 잘 나와줬다.
반납 후엔 택시로 호텔에 돌아왔는데, 팁까지 합쳐 50달러가 넘게 나왔다.
우버는 나중에 샌프란시스코에서 쓰기로 아껴두고 이번엔 그냥 택시를 이용했다.
윈 호텔의 야경
Death Valley 대신 저녁엔 시내 야경을 구경하기로 했다.
길을 걷다 마주친 Wynn 호텔의 화려함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스티브 윈이 27억 달러를 들여 4년간 지은 이 호텔은 2005년 완공됐는데, 예전 Desert Inn 자리를 2억 7천만 달러에 사들여 초호화 컨셉으로 새로 세운 곳이라고 한다.
50층 건물에 스위트룸 566개를 포함한 2,176개 객실, 뒤편엔 골프장까지 갖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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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립 북쪽 끝에 있어 다소 외곽에 위치하지만, '꿈의 호수(Lake of Dreams)' 쇼 같은 자체 볼거리 덕에 그 자체로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었다.
최고급 휴양형 호텔을 지향하다 보니 이벤트성보다는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였고, 카페에서 바라보는 거대한 인공폭포는 많은 사람이 사진을 남기는 명당이었다.
라스베이거스 전역엔 약 250여 개의 호텔이 있다고 하는데, 2023년 말 폰텐블루 같은 대형 호텔까지 새로 문을 열며 도시는 계속 변화하고 있었다.
앞으로 예정된 호텔들이 다 완공되면 최대 18만 5천 개 객실을 갖추게 된다니, 웬만한 도시 인구가 하룻밤에 다 묵을 수 있는 규모다.
돌아보면 초창기 라스베이거스 호텔은 지금처럼 주목받는 존재가 아니었다고 한다.
카지노가 따로 떨어진 센터에서 운영되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1946년 벅시 시걸이 카지노를 낀 현대식 리조트 호텔을 처음 선보이면서 지금 같은 형태로 발전해왔다.
5성급 초특급 호텔부터 3급 모텔까지, 1박에 4만 달러가 넘는 객실과 20~30달러짜리 방이 한 도시 안에 공존하는 모습이 라스베이거스라는 도시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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